내외일보 김창호 국장 칼럼
김문수 지사는 바람난 가장?
요즘 김문수 지사의 심경은 복잡하다. 그야말로 느닷없이 등장한 안철수 현상 때문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잠룡 대우를 받던 김 지사가 유탄을 맞아 잠룡 리스트에게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서로 상반되고 있다. 우선 김 지사 쪽에서는 출구전략 마련이 어렵게 됐다. 경기지사를 정류장 삼아 청와대라는 목적지에 연착륙함으로써 연착륙으로 경기도에서 무난히 이륙하리라는 계획이 어긋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도민들은 이번 기회에 차라리 잘됐다고 보는 시선이다. 그동안 김 지사가 현실적인 집안 살림은 돌보지 않고 이상에만 홀려 밖으로만 나도는 바람난 가장과 같았는데, 혹시 이제라도 마음잡고 가정(집무실)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사실 김 지사는 내치보다는 외치에 신경 쓰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스스로 대권 주자를 자임함으로써 정치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즐겼다. 이것은 일종의 불륜이라고 할 수 있다. 도정보다는 사정을, 공무보다는 사무를 더 우선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도민들은 받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 지사의 특강정치를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둔 김 지사의 사실상 대권 행보로 보고, 경기도정이나 제대로 챙기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한편, 민주당 고영인 대표의원도 김 지사는 16개 광역자치단체장 그 누구보다도 특강과 각종 외부활동이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2010년 6·2치선 이후 약 6개월간 언론 보도된 외부특강만 20여 회가 넘을 정도라고 말하고, 이에 고영인 의원은 밖으로 나돌면 나돌수록 살림은 멍든다고 꼬집었다.
특히 2009년에는 총 94회나 특강에 나섰고, 많을 때는 한 달에 11회나 특강을 실시했다.
오히려 바깥의 일에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는 타 광역단체장들의 내치와 도정 수행이 훨씬 밀집 적이고 안정감이 있다고 도민들은 믿고 있다. 공교롭게도 광역단체 수장 중 잠룡으로 오르내리기를 즐기는 극소수의 인사들은 되레 잠룡 가도에서 추락하고 그들의 내치도 실패로 드러나고 있다.
과거 기업이 외형을 키우거나 성장세를 과시하기 위해 또는 실적을 부풀리려고 이른바 분식회계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분식회계란, 회계에 화장하듯 분칠을 하여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하는 회계기법으로 물론 위법이며 처벌받는다.
이처럼 잠룡들은 내실있게 내치에 힘쓰기보다는 목적이 다른 데 있으므로 분식회계와 같은 전시행정이나, 광역단체 살림꾼이 아닌, 전국구의 정치 사교계에 얼굴을 알리는 분식 행보를 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밖에 나가서 자신을 위해 행동하면서도 가장의 명예가 집안의 명예이므로 집안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면서 집안의 돈을 가져다 쓴다. 즉 대권 행보를 하는 자신의 개인 길에 자치단체의 예산을 쓰는 것이다.
요즘 도내에 이슈가 되는 경기도 뉴타운 사업도 마 잔가지이다.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도내 지역구를 둔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경기도 내에 지정된 뉴타운 지구 23개 중 5개 지구가 취소됐고, 아직 제대로 진행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그 어떤 도정 의제보다 심각한 의제가 바로 이 뉴타운사업이다. 도민의 생활, 특히 주거와 재산권에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주민들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뉴타운 사업은 단순한 정책이 아닌, 삶의 질 향상과 재산 가치의 증식은 물론 안정적인 중산층으로의 신분상승까지 기대했던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업이 시행되지도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하며, 지역마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주민들의 대립과 갈등, 지루한 사업 부진으로 말미암은 무력감, 대상 지구 주민들의 정서적 슬럼화 등의 깊은 부작용을 앓고 있다.
김 지사도 이 뉴타운 사업 부진의 책임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김 지사만의 정책이 아니라는 것도 도민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 뉴타운 계획으로 한껏 기대를 유발하여, 선거에서 재미를 본 수익자이기 때문이다.
또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정책에 대한 책임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성공하면 성과보수에 실패하면 페널티를 부담하는 것이 공정한 규정이다.
게다가 감정적으로 도민들은 그동안 뭐 했느냐. 집안 살림 안 챙기고 밖으로만 돌더니, 안철수 바람에 하루아침에 흔적도 남지 않느냐 하는 등 지금은 대선 행보도 입에 오르지 않고 잠잠, 또한 청와대에도 날을 세우지 않고 있다.
김 지사는 외치보다는 내치에 신경 써야 할 때이다. 의도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외부 행사에 자꾸 모습을 드러내며, 대권을 개척하려 한다면 경기도민으로 볼 때는 가정적으로는 불륜남자이요, 회사로 보면 언제든 떠나면 그만인 인턴사원으로 보이는 것이다.
뉴타운 문제는 물론 다른 산적한 문제도 이제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아니, 오히려 차라리 이럴 때 대권 주자의 시야로 큰 틀에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떴다방이니, 달아난 계주니, 정책 부도어음 남발이니 하는 오해를 받지 않는 길이다.
그렇지 않다면 도민들은 애초 책임지지 않을 심산으로 정책을 남발하고 대권 출구전략으로 탈출하려 하다가는 안철수 증후군에 출구전략이 막혀 출국금지 당해 주저앉은 형국으로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미 행정의 금치산자가 돼 버리는 불행한 사태에 이르게 되며, 도정은 사실상 식물 상태에 직면, 탄력을 받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막으려면 우선 김 지사가 마음을 잘 먹어야 한다. 자기의 대권가도를 닦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생각을 접고, 도민의 설거지를 하면서 도민의 삶을 닦아줄 생각을 해야 한다.
인왕산 자락보다는 나는 제2의 고향이며, 나를 키워주고 나를 배출해준, 나를 믿어준 경기도에서 3선, 4선을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는 것이 오히려 그가 인왕산으로 가는 가도를 닦는 길이다.
현재 김 지사는 정치 현안에는 거리를 두면서 발로 뛰는 현장 민생 등 지사직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의 나이로 봐도 8년 12년은 그리 길지 않고 늦지 않은 시간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갓 공장에 입사하여 수습 생활 몇 개월 만에 공장을 옮기면 월급이 오르고 새내기 신분을 감출 수 있다는 우리가 3공 시대에 갖던 꼼수를 세고 있다고 해도 탓할 수 없게 된다.
도민들은 김 지사에게 바란다. 경기도라는 외진 곳 분교에 부임해 오신 선생님으로 학교와 학생들에게 애정을 쏟는 자애로운 참스승이 돼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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