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4(화) / 김재현 목사

[말씀의 현장]창46:1-7
집을 떠나서 애굽으로 항하는 일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평생 이렇게 이주하며 살았으니 말이다. 죽었던 아들을 보는 일은 기쁘지만 그동안 밟았던 가나안과 헤브론, 벧엘을 떠나려니 마음이 개운치 않다. 가는 길목에 고향땅 브엘세바를 밟아보자. 그 옛날 형과의 분쟁으로 떠났던 사건과 여러가지 사무친 기억들이 아버지 이삭의 숨결과 함께 기억된다. 그리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다. 그분께 묻는다. "이렇게 떠나도 됩니까?". "이스라엘 야곱아 괜찮다. 고센 땅에서 큰 민족을 이루게 하고 반드시 이 땅으로 돌아올 것이다. 너는 요셉에 의해 장사될 것이다" 이젠 가나안의 모든 기억을 뒤로 해야 한다. 생전에는 돌아갈 수 없는 땅이라 하시니 마음이 짠하다. 모든 소유를 다시 정리하고 수레에 싣는다. 가족들을 꼼꼼이 챙긴다. 이 길이 가나안으로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길이다. 가나안이여 이젠 안녕!
[나의 반응]
내 인생은 떠나며 살아왔다. 아니 새 땅을 밟으며 살았다고 해야할까? 서울과 경기에서 오갔던 오랜 생활과 선교지에서 살았던 기억들, 다시 돌아와 이젠 지방에서 살고 있다. 정착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떠나는 일은 더 힘든 일이다. 정든 모든 것을 기억에 남기고 눈 앞의 사실을 씻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흘리는 눈물은 가슴에 담는 눈물이다. 야곱의 인생도 떠나는 인생이었구다. 팥죽을 팔고 떠났던 브엘세바, 제사를 지냈던 벧엘, 일을 하며 아내들을 만났던 삼촌집 하란, 그곳을 떠나 지난 길르앗과 미스바의 길, 천사와 씨름하던 브니엘 얍복강, 형과 재회했던 에돔땅과 세일, 이후 숙곳정착을 지나 자식들의 살인 때문에 떠나야 했던 세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옮겼던 벧엘, 애굽을 향하며 들린 브엘세바, 이곳에서의 제사를 마치고 향하는 애굽. 야곱이여! 어느새 이렇게 많은 땅을 지났군요. 당신의 주마등 같은 흔적에 나도 지난 인생을 하나씩 꺼내봅니다. 다시 밟아 봅니다.
[아버지의 마음]
그들이 이같이 말하는 것은 자기들이 본향 찾는 자임을 나타냄이라 그들이 나온 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히11:14-16)
[주님과 동행하기]
아버지, 누구나 지나는 인생이라면 누구나 돌아갈 수 있는 본향은 아닙니다. 어떤 이에게는 죽음이 영원한 형벌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영원히 있는 곳이 고향이라니 감사합니다. 또 이곳을 사모하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사는 날 동안 내 삶에 본향을 사모하는 기쁨이 나타나길 원합니다. 하루의 일과를 붙잡으소서. 찾아보고, 만나는 이들마다 복에 복을 더하소서. 아멘.
(온양온천교회 제공)